[성경산책 구약] 민수기
하느님, 이스라엘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시다
인구 조사라는 특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에 모세오경의 네 번째 책은 민수기(民數記)라는 제목으로 불립니다.
1,1-10,10에서는 이스라엘이 시나이를 떠나는 준비를 위한 인구 조사와 규정들에 대한 내용이,
10,11-21,35에서는 시나이를 떠나 모압 벌판에 이르는 내용이,
그리고 22,1-25,18에서는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첫째 세대에 대한 축복과 심판에 대해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5,19-26,65에서는 인구 조사에 대한 내용을 다시 한 번 다루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세대,
즉 둘째 세대의 인구 조사입니다. 이어서 27,1-36,13에서는 땅과 여성들에 대한 규정들, 이집트로부터
모압 벌판까지의 여정에 대한 회고, 약속의 땅의 분배에 대한 원칙 등이 언급됩니다.
이야기의 흐름에서 볼 때에 민수기는 탈출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신학적으로 본다면 민수기는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이스라엘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여정을 위해 먼저 인구 조사를 통해서 이스라엘이 제도적-조직적으로 정비됩니다. 이를 통해 약속의 땅에서 이스라엘이 구현하게 될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이 미리 그려집니다. 하지만 그 여정 동안에 이스라엘은 반복적으로 불평과 반역의 사건을 일으키게 되고, 그 때문에 그들은 약속의 땅으로 가지 못한 채 40년 동안 광야를 떠돌게 됩니다. 마침내 이스라엘은 요르단 동쪽을 점령하면서 예리코 앞 요르단 강가의 모압 벌판에까지 이르게 되지만, 결국 이집트를 탈출한 첫째 세대는 죽게 되고 다시 한 번 인구 조사를 통한 재정비가 있게 됩니다. 모세의 후계자로서 여호수아가 둘째 세대를 이끌 지도자로 임명되고, 이미 정복한 땅과 앞으로 정복할 땅의 분배를 위한 모세의 지침을 전하며 전체적 이야기의 흐름이 마무리됩니다. 물론 이스라엘은 아직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앞선 레위기를 통해서 ‘하느님 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이 지켜야 할 정결함과 거룩함에 대해 언급되었다면, 민수기는 그 ‘하느님 백성’이 광야의 여정 안에서 하느님께 대한 충실함을 지켜내는지에 대해 서술합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집트 탈출과 함께 탄생한) 이스라엘은 걸음마를 배우며 몇 번이고 넘어지는 아이처럼 (시나이에서 약속한) 충실함과 (레위기에서 요청된) 거룩함을 지켜내지 못합니다. 이렇듯 광야는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맞서는 장소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광야는 이스라엘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축복과 보호를 체험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모세와 하느님에게 불평하고 때로는 반역을 저지르면서, ‘약속의 땅(=자유)’로 나아가기보다 ‘이집트(=억압)’로 회귀하고자 하지만, 하느님은 계속해서 이스라엘 공동체의 거룩함을 보존하면서 (자신이 약속한 대로) 이스라엘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합니다. 이렇게 민수기는 계약에 충실한 하느님의 모습을 그리며, 약속의 땅을 향해 나아가기에 지친, 그리고 자유를 향한 두려움에 빠진 모든 세대의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격려를 전합니다.
[2014년 1월 26일 연중 제3주일(해외원조주일) 서울주보 4면, 최승정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